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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가루에 시달렸는데…이주노동자 '산재 인정' 하늘에 별 따기

<앵커>

쇳가루가 날리는 금속 부품 공장에서 일하던 한 이주노동자가 간질성 폐질환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산업재해를 신청했지만, 끝내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권리가 여전히 먼 이야기입니다.

제희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금속 부품 공장에서 근무하는 이주노동자

방글라데시 출신 아지트 씨가 일했던 경기도의 금속 부품 공장.

날리는 먼지에 쇳가루가 눈에 보일 정도인데, 회사가 지급한 건 면 마스크 하나였습니다.

8개월을 일하고, '간질성 폐질환'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브람(가명)/2022년 9월 9일 SBS 8뉴스 : 너무 많이 안 좋은 병 얻었으니까…. 공장에서 사장님, 이사님이 계속 말했어요. 산재 신청 취소해달라고.]

폐수술 후 후유증이 생겨 일을 그만둬야 했고, 치료비와 생계가 막막해 산재 인정에 희망을 걸었습니다.

[아지트/산재 불승인 이주노동자 : '한국에서 돈 벌고 나라에 가서 가족들이랑 잘 살 거야' 이런 생각하고 왔잖아요. 근데 지금 돈도 없어요. 나 인생도 오래 못 살아요.]

2년 3개월이나 걸린 심사, 결과는 '불승인'이었습니다.

"흡연 경력이 있고 누적된 금속분진 노출량이 적어 병과의 인과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정문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작업 현장 조사는 8개월이 지나 이뤄져 그 사이 작업장은 개선됐고, 하루 작업량 7~80%, 그러니까 8시간 넘게 분진에 노출됐는데, 5%만 인정됐습니다.

[권동희/노무사 : 호흡 보호구가 전혀 없었다, 면 마스크 착용해서 일을 했다. 이런 것들은 (판정서에) 전혀 언급조차 안 돼 있어요. (유해한 환경이) 축소되어 판단하게 돼 있죠.]

낯선 법체계, 언어 소통 어려움에 이주노동자 스스로 산재를 입증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김달성 목사/포천이주노동자센터 : (조사관들이) 작업 현장에 나와서 조사를 할 때 노동자 본인의 진술과 사측의 진술이 있었는데 사측의 진술만을 채택해서 기초 자료를 만들었다는 것이죠.]

이주노동자의 산재 비율은 내국인의 6배에 달하고, 내국인은 지난해 1만 명당 산재 사망자가 줄어 통계 작성 후 처음으로 0.3대에 진입했지만, 이주 노동자는 그대로입니다.

(영상편집 : 정용화, VJ : 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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