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빈부격차의 상징이 된 우화옌
우화옌은 지난해 영양실조를 앓다가 병원에 입원한 사연이 중국 언론 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화옌은 "할머니와 아버지 모두 치료비가 없어 세상을 떠났지만, 나는 가난 때문에 죽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화옌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정부 보조금을 받았지만 동생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크게 부족했습니다. 때문에 생활비를 아끼느라 하루에 1~2위안(170원~340원)의 돈으로 생활해야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당초 중국 매체의 보도에서는 5년 동안 매일 2위안어치의 빵이나 절인 고추 반찬과 밥으로 끼니를 해결했다고 했지만, 추후 인터뷰에서 계속 그랬던 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우화옌은 "빨리 몸이 나아서 올해 9월에 있을 회계사 자격증 시험을 보고 싶어요. 저는 회계감사인이 되어서 제 두 손으로 제 자신을 돌보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얼마나 행복할까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화옌의 병세는 악화했고, 결국 지난 13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우화옌의 동생은 누나의 뜻에 따라 시신을 의과대학에 기증했습니다.
● "100만 위안 성금 가운데 2만 위안만 전달"
우화옌의 사망 소식이 퍼지면서 중국 전역에서는 애도의 메시지가 이어졌습니다. 일부 중국 매체는 의료진의 말을 인용해 검사 결과 그녀가 조로증후군(HGPS)을 앓고 있었으며 이미 수술이 힘든 상황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그녀가 학교 식당에서 점심 한 끼에 6위안, 하루에 약 15위안으로 식사했다는 기록이 있다, 학교와 병원, 지역 정부에서 적절한 지원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상에는 "그녀의 상황이 과장됐었다" "사회적인 관심이 커지자 입을 맞춘 듯 지원이 충분했다는 발표와 보도가 나오는 게 수상하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더 큰 논란은 그녀를 위해 모금된 100만 위안의 성금에서 발생했습니다.
지난 10월 우화옌의 딱한 사정이 알려진 이후 자선단체 '중화소년아동자선구조기금' 산하의 '9958구조센터'는 온라인 모금을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사망 이후 밝혀진 모금 총액은 1백만 4천9백 위안, 약 1억 7천만 원입니다. 그런데 자선모금단체는 이 가운데 2만 위안 약 3백40만 원을 우화옌에게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우화옌을 위해 낸 성금이 일부분만 보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중국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 "현금 부자인 자선단체…죽은 환자에게도 기부 가능"
중국 관영 매체 CCTV는 병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예납금과 사회보장 등으로 적절한 입원 치료가 이뤄졌으며, 지금까지 어떤 구호 자금도 병원이 받은 적이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100만 위안 가운데 일부는 우화옌의 동의도 없이 모금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자선단체의 비정상적인 기금 모금 방식에 대한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이 단체의 모금 사이트를 확인해보니 이미 병으로 숨진 환자에 대해서도 기부금을 받고 있었습니다. 2012년 10월 시작된 모금에는 악성 근육 종 환자를 소개했는데, 소개 글 맨 아래에는 이 환자가 숨졌다고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기부가 가능했습니다.
이런 의혹에 대해 중화소년아동자선구조기금은 추가로 해명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논란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중국 정부는 부랴부랴 이 단체에 성금의 사용 현황을 공개하도록 지도하는 한편, 조사를 진행하고, 문제가 있으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모금을 위해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영업'
중국에서 자선 모금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말 병원비가 부족한 환자들을 위해 돈을 모금해주는 일종의 펀딩 회사인 수이디처우(水滴筹)가 전국 40여 개 도시의 병원에 사람들을 보내 환자들에게 병원비를 모금해주겠다며 '영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원자'라는 명칭으로 병실을 돌아다니며 모금 대상자를 찾은 사람들은 1건을 성공할 때마다 수십 위안에서 최고 150 위안의 돈을 받았고, 월 수입이 1만 위안을 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해 5월에는 뇌출혈로 쓰러진 중국의 유명한 만담 배우에 대한 모금이 논란이 됐습니다. 목표 금액은 100만 위안이었는데 이 배우가 베이징에 두 채의 집이 있고 자동차도 소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모금을 할 만한 빈곤층이 맞느냐"라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중국은 기부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2016년 자선법을 만들어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자선단체 활동과 모금 절차를 투명하게 해 기부문화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이후 많은 단체들이 정식 설립됐고, 중국의 신흥부호들이 거액을 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인터넷과 모바일로 간편하게 기부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 생기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선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금 유용, 상업을 위한 자선 등의 논란들은 기부 문화 확산에 찬물을 끼얹고 있습니다. 앞서 우리나라도 기금 유용 등으로 기부하는 행위에 두려움이나 꺼림을 느끼는 현상을 나타내는 '기부포비아'가 발생했습니다. 중국인들은 우화옌의 죽음을 계기로 자선단체들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자체 노력과 정부의 관리 감독 강화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