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이 씻은 그릇에, 물을 조금만 붓고 약한 불로 달군다. / 재촉하지 않고 천천히 익히고, 불의 세기가 충분하면, 자연스레 맛이 난다. / 황주의 맛 좋은 돼지고기는 값이 진흙처럼 싸다. / 부자는 거들떠보지 않고 가난한 이는 요리할 줄 모르네. / 아침마다 두 그릇씩 배불리 먹으니 누가 이 맛을 알까."
淨洗鍋, 少著水, 紫頭奄煙焰不起
待他自熟莫催也, 火候足時他自美
黃州好猪肉, 價賤如泥土
貴人不肯喫, 貧人不解煮
早晨打起來打兩碗, 飽得自家君莫管)
● 진화됐다더니…9개월 만에 중국 본토 전역으로 확산
그런데 중국의 '값싸고 맛있는 돼지고기'에 큰 이상이 생겼습니다. 대륙을 휩쓸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입니다. 치사율이 최대 100%인 바이러스 출혈성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해 8월 랴오닝성 선양에서 처음 발병했습니다. 그리고 9개월이 지난 현재 중국 32개 자치구, 직할시, 특구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했습니다. 본토에서 마카오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발병한 것입니다.
● 영세한 사육 환경…"길거리에 돼지 사체가"
중국 전문가들은 정부의 방역 노력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기세가 꺾이지 않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가장 큰 것은 낙후된 돼지 사육 환경입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에서 출하되는 돼지의 70%는 어미돼지 500마리 이하의 소규모 양돈장에서 나옵니다. 중국의 소규모 농장은 질병을 예방하는 방역 시설이 기업형 농장에 비해 미비합니다. 또한 대두 등으로 만든 돼지 사료가 아닌 잔반을 사료로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돼지고기로 만든 음식물 찌꺼기가 돼지 사료로 쓰이면 감염 가능성이 커지겠죠.
● 돼지 사육 규모 20% 감소…달걀 가격까지 '들썩'
최근 중국 농업농촌부는 지난해 8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이후 돼지 112만 9천 마리가 살처분됐고, 사육 농가에 지원된 보조금 규모가 6억 3천만 위안, 우리 돈으로 약 108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4월 말 기준 중국 전국 돼지 사육 규모를 보면, 전년 동월 대비 20.8%, 전월 대비 2.9% 감소했습니다. 전월 대비 감소 폭은 3월의 1.2%에 비해 커졌습니다.
공급 감소는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5월 8일 기준으로 전국 평균 생돈 가격은 kg당 15.16위안으로 연초 대비 8.9% 올랐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45.8%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전년 동월 대비의 경우 1년 전 돼지 값이 kg당 10.4원으로 2011년 이후 가장 낮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2015년 초부터 평균을 내보면 오히려 지금 가격이 2.1%가량 낮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중국 달걀 가격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5월 10일 기준으로 달걀 도매가는 1달 전보다 19%, 1년 전보다 20% 올랐습니다. 지난해 달걀 가격 급락으로 계란 낳는 닭 양식을 포기하는 농가가 늘어난 상황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한 돼지고기 불신, 가격 부담 때문에 달걀 수요가 증가한 게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 중국 "백신 개발 중"…관건은 시간 단축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금까지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인민일보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하얼빈수의학연구소가 최근 백신을 개발하고 있고, 실험실 연구에서 생물학적 안전성과 면역 보호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후 긴급히 과학기술 프로젝트 조직을 꾸려 연구를 해왔습니다. 중국 정부는 실험실 단계의 연구 진전을 바탕으로 임상시험과 백신 생산 연구를 추진하고, 백신 기제와 진단검사, 소독 기술 등 방면의 연구도 빨리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중국에는 '주량안톈샤'(猪粮安天下)라는 말이 있습니다. 돼지고기와 식량이 천하를 편안하게 해준다는 뜻입니다. 올 하반기에 돼지고기 가격이 최대 70%까지 오른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백신이든, 방역이든, 수입이든 인민들의 동요를 막을 수 있는 묘수가 중국 정부에게 절실한 시점입니다.
(사진=광시 TV라디오방송국, CC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