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젊은 층은 이 영상을 SNS를 통해 공유하며 투표율에 목매달고 있는 이집트 정부를 비꼬고 있다. 젊은 층의 이번 국민투표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다. 엘시시 현 대통령이 '독재의 길'을 가기 위한 중간 포석이라는 것이다. 한 30대 이집트 회사원은 이 상황을 '슬픈 코미디 영화' 같다고 말했다.
엘시시 정권은 이번 국민투표에 엄청난 정치자금을 쏟아부었다. 투표 독려를 위해 선물 상자까지 동원됐다. 선물 상자의 이름은 '라마단 선물'이다.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라마단 기간엔 부유한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설탕과 쌀 등 생필품을 담은 라마단 선물 상자를 나눠주는 게 관례다. 기자가 찾은 한 투표소 부근에선 투표를 마치고 온 사람들이 투표 확인증을 들고 라마단 상자를 받기 위해 몰려든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엄연한 불법 행위 같지만 주변에선 경찰들이 삼엄한 경계와 함께 그들을 지켜주고 있었다.
돈 선거가 판을 치는 가운데 애꿎은 한국 기업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이집트 직원 200여명을 고용하고 있는 한 한국 기업의 경우 경찰이 직접 찾아와 선물 상자 1,000개를 기부하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기부라고 말은 했지만 매우 강압적인 태도의 요구에 한국인 사업가는 기업 운영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200여개의 선물 상자를 준비해 경찰서로 보냈다고 한다. 또 지역 기업협의체엔 정치자금을 모금해 보내라는 공문까지 내려왔다고 한다. 유권자들을 투표소까지 태워 주는 무료 차량이 대거 동원됐고, 투표자들에게 현금까지 지급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이집트 국민들은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시민혁명'을 통해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30년 독재 정권을 무너뜨렸다. 바로 그 이집트 국민들이 지금은 또 다른 독재자의 탄생을 '슬픈 코미디 영화'를 보듯 지켜보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