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풍수지리의 새 지평을 개척한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김두규 우석대 교수는 이렇게 말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예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 재벌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풍수'가 절대적이었다는 거다.
트럼프는 평소 풍수에 대해 이런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굳이 풍수를 믿어야 할 필요는 없다. 나는 풍수를 이용한다. 왜냐하면 풍수가 돈을 벌어다 주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내린 풍수에 대한 정의도 아주 실질적이다. "풍수란 사람이 살고 일하는 데 필요한 이상적인 환경을 창조하는 실천 기준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풍수사들의 자문을 받아 부동산을 개발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풍수를 통한 부동산 가치의 극대화'가 트럼프가 추구한 목표였다.
풍수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가 좌향론(坐向論)이다. '좌(坐)'는 건물이나 무덤이 등을 대고 있는 뒤쪽을 말하고, '향(向)'은 건물이나 무덤이 마주하는 앞쪽을 말한다. 따라서 좌와 향은 서로 반대 방향을 의미한다. 풍수에서 좌향은 단순한 방향 표기 그 이상의 철학적 의미를 갖는다. '좌'는 뒤쪽 방향으로서 과거를 의미하며, '향'은 앞쪽 방향으로서 미래를 의미한다. '좌'는 지나온 과거, 집안 내력, 인물 등을 상징하며, '향'은 그 집안이나 공동체가 지향하는 미래를 나타낸다. '좌'는 산 쪽을 가리키며 '향'은 들판과 물을 바라본다. 전통적으로 한국풍수는 '좌'를 중시한다. 그래서 무덤 앞 비석에도 '좌'만 표기하지 '향'은 표기하지 않는다. '좌'를 중시함은 훌륭한 인물의 배출을 기원함이요, '물'을 중시함은 재물의 번창을 염원함이다.
트럼프의 풍수는 한국 풍수와는 정반대다. 트럼프가 부동산 입지 결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뛰어난 전망 확보 여부였다. 전망, 즉 들판과 물을 바라보는 향에 방점을 뒀다는 거다. 서울 여의도에 세워진 초고층 아파트 '트럼프 월드'를 보자. 20년 전 사업가 시절 트럼프가 대우건설과 손잡고 건설한 '트럼프 월드'도 전면이 한강을 내려다보는 곳에 위치해있다. 트럼프의 풍수 철학이 그대로 적용된 예라고 할 수 있다.
'산은 인물을 주관하고, 물은 재물을 주관한다(山主人 水主財)'는 풍수 격언에 나타나 있듯이 트럼프는 재물, 돈을 벌기 위해 동양의 풍수를 적극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추세를 보면 한국의 부동산 개발에도 트럼프 식 풍수가 적극 수용되고 있는 분위기다. 김 교수는 '풍수 역사를 새롭게 쓴 인물'이라고 트럼프를 평가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풍수를 적극 활용하는 분야가 늘고 있다. 건축은 물론 조경, 인테리어, 도시입지 선정 같은 국토개발에도 풍수 자문이 필수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유명 호텔들이 사업 명당, 웨딩 명당이라고 주장하며 풍수지리 마케팅에 한창이라는 등 이와 관련된 뉴스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퇴직자들이 풍수, 사주, 역학 공부에 몰리고 있고 이런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풍수지리 수강생'을 모집하는 대학들도 증가하고 있다.
(영상 취재 : 박대영·이승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