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선 당시 2030세대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60%의 지지를 보인 반면 5060세대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 60% 이상의 지지를 보냈다. 좀 더 자세히 투표자별로 살펴보면 20대 810만여 명, 30대 879만여 명 40대 784만여 명, 50대 452만여 명, 60대 이상이 572만여 명이었다.
다음 2007년에 치러진 17대 대선에서도 세대 간의 표심 표출이 일부 있기는 했다. 하지만 당시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나 양극화 문제 등의 경제 분야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이 부각되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비교적 손쉽게 고루 표를 가져갔고 세대 갈등은 수그러드는 듯 했다.
다시 5년 뒤 치러진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말그대로 세대 간의 표 대결이 극명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가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이길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박 후보를 지지했던 50대와 60대에서 80% 이상이라는 압도적인 투표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고령화 지수를 빗대어 살펴보면 당시 2012년의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2%에 육박하고 있었다. 5060의 인구수도 2030의 수를 거의 따라 붙었다. 그리고 젊은층은 진보, 노년층은 보수라는 이름으로 확연하게 대체되었다.
우선 이번 선거는 최순실 국정 농단사건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까지 이어져 당초보다 앞당겨 치러지는 것이다. 탄핵 과정에서 정권 퇴진과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와 탄핵에 반대하며 모여든 태극기 집회가 광화문 광장에서 맞붙었다. 촛불 집회는 청년층, 태극기 집회는 장년층 노년층들이 주축을 이루면서 격렬한 세대 갈등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갈등이 보수와 진보의 세대별 고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짙게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50대와 60대는 이전 선거에서의 50대와 60대와는 확연하게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우선 이 50대와 60대의 가운데 주축을 이루고 있는 집단이 1955년생부터 63년생 사이의 이른 바 베이비부머 세대다. 이 세대들은 한국전쟁 이후에 태어나서 전쟁과 기아를 체험하지 못했다. 이전 세대들이 안보와 관련해 미심쩍은 정치 세력에 대해 적대감까지 표출하며 선거에서도 강한 거부감을 표로 행사한 것에 비해 베이비부머 세대는 안보 이슈에 대한 민감성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이들은 학생과 청년시절 광주민주화 운동을 겪었으며 1980년대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고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냈다. 당시 거리로 뛰쳐나와 넥타이 부대를 형성했던 젊은이들이 주로 1950년대 생으로 지금의 60대들이다. 이들은 일찍이 진보 성향을 체화했다. 직장을 제 2의 가정으로 삼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으며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10퍼센트에 근접하던 1970-80년대 고도 성장기에 산업 인력의 주력부대가 베이비부머였다.
나이가 들면서 보수가 된다는 연령효과도 지금의 젊은 50대와 60대에게는 상당히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65세를 노인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세대들이 이들이다. 이전 세대들보다 신체적으로 건강하며 정신도 맑다. 사상적으로는 보수의 성격이 강하나 한 구석에 진보의 DNA도 여전히 살아있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의 실패로 인해 보수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급격하게 낮아졌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달 말 조사한 바에 따르면 60대들은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과 진보정당인 민주당 그리고 그 중간지대인 국민의 당에 고루 20%씩의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