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어린이집은 여러모로 편리합니다. 직장 바로 옆에 있다보니 아이와 출퇴근을 함께 할 수 있고,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아이를 언제든 볼 수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무엇보다도 늦게까지 맡겨도 어린이집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게 가장 좋다고 말합니다.
이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는 강기찬씨는 “저녁 늦게까지 근무하는 경우 어린이집이 오후 8시30분까지 봐주기 때문에 자녀 걱정을 덜 수 있어 좋다. 아이도 아빠와 멀지 않은 곳에 있기 때문에 심리,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아빠 참여 수업이 많다보니 유대관계도 좋아지는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 했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부지확보와 건물신축이 가장 큰 난관이고, 설사 토지를 마련해 건물을 지었다해도 매달 보육교사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지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영세한 중소기업으로서는 직원 복지혜택으로 하고 싶어도 비용 문제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최근 중소기업들도 직장 어린이집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산업단지 안에 있는 중소기업들이 공동으로 직장 어린이집을 만드는 형태로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위에서 말한 안산의 공동 직장 어린이집도 테크노파크 내 2백여 개 중소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데, 이 가운데 20여개 회사 직원들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힘든 토지확보와 건물신축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위해 힘을 합쳤습니다. 안산시는 토지문제를 해결해주고, 고용노동부가 건축비 20억 원 가운데 15억 원을 지원했습니다. 여기에 경기 테크노파크와 안산시도 각각 2억 원, 3억 원을 부담했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주는 표준보육비와 별도로 이 직장 어린이집에는 보육교사 인건비와 운영비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추가 지원도 받고 있습니다. 주 40시간 이상인 경우 보육교사 1인당 월 120만 원가량 지원되고 어린이집 운영비도 80명 기준 440만 원 정도를 받습니다.
중소기업 직장 어린이집의 혜택은 비단 직원들한테만 돌아가는 건 아닙니다. 궁극적으로는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인재확보와 인재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한 워킹맘은 출산휴가도 눈치보고 쓰는 상황에서 직장 어린이집이 없었다면 아이를 돌보기 위해 회사를 그만둘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일터로 조기 복귀하는데 큰 힘이 됐다고 말합니다. 여성의 경력단절에도 기여하는 겁니다. 궁극적으로는 우수한 직장어린이집이 많아질수록 출산율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여성정책연구원의 김영옥 박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임금 격차가 심한데, 복지혜택도 예외는 아니다. 보육서비스 부문에서 격차를 줄일 수 있다면, 중소기업으로서는 우수한 인력을 유지하고 근로자들도 경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다만, 형평성 문제와 민간 어린이집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산업단지 안에 있는 중소기업에게만 그런 지원을 하는 게 맞냐?’, ‘민간 어린이집들도 남아도는데 굳이 또 직장 어린이집을 지어 지원하는 게 맞냐?’ 등등 여러 가지 의문점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의문점들이 심각한 저출산 문제와 중소기업의 인력난, 근로자들의 사기 저하와 경력 단절 문제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습니다. 안산의 중소기업 직장어린이집 사례는 오는 25일 SBS 뉴스에 방영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