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공세 : "감사원장께서 안 보입니다"…진실은?
민주당 의원들이 이처럼 감사원 조직 안팎에 도는 '유병호 실세설(設)'을 가지고 공세를 퍼붓자 일부 간부들은 "그 정도로 유병호 사무총장의 위세가 대단하다는 뜻이다. 그런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다른 감사원 관계자들은 "실세라도 감사원장을 어떻게 패싱하느냐. 패싱하면 금방 소문나는데…"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의혹이 실체적 진실과는 다르다는 뉘앙스에 가까웠습니다. '감사원장이 안 보인다. 제 눈에는 그렇다'라는 박범계 의원의 말 뜻은 말 그대로 박 의원 등의 눈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섣불리 판단하기는 일러 보입니다. 다만, 삼인성호(三人成虎: 세 사람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라는 말도 있듯이 유병호 사무총장이 경계해야 할 요소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2차 공세 : "감사원과 검찰의 협의체가 있다"…팩트는?
박범계 "감사원하고 검찰하고 협의체가 있죠? 언제부터 가동된 거예요?"
감사원 "꽤 오래됐습니다. 10년 가까이 된 것 같습니다."
박범계 "협의체 회의에는 누가 참석합니까?"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입니다"
박범계 "대검에서는 누가 와요? (중략) 협의체를 정기적으로 합니까?"
감사원 "정기적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박범계 "그러한 협의체를 갖고 있는데 그러한 채널을 갖고 있는데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 표적 감사지! 감사 계획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예?! 감사원이 예전에 그렇게 안 했잖아요!"
감사원 "오해하시는 것 같은데 아까 말씀하신 협의체를 통해서 저희들이 서로 자료를 교환하지 (않습니다)"
박범계 "그건 내가 묻지 않았어요 지금!"
면담 40분에 접어들며 일방적 공세로 이어지다시피 했던 흐름 속에 감사원이 첫 반박에 나섰습니다. 시종일관 나지막했던 김경호 기조실장의 목소리는 순간 "오해하시는 것 같은데"라며 커졌습니다. 감사원의 반박에 박 의원은 "묻지 않았다"라며 호통으로 응수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 주장을 풀어보자면, 감사원이 검찰과 사건 처리를 두고 '먼저 감사할 테니 나중에 검찰이 수사로 밝혀달라'라고 미리 모여 마치 '작당 모의'라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입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감사원과 검찰의 협의체는 비정기적 회의체이자 소통 채널일 뿐, 감사와 수사 관련 자료를 주고받을 일은 없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감사원은 사회적‧국민적 의혹이 불거진 사안에 대해 감사에 착수하면 그 마지막 절차로 처분을 내려야 합니다. '처분'을 안 하면 직무 유기입니다. 그 '처분'의 범주에 피감기관에 대한 고발 조치도 포함돼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 혐의점이 특정되고 범죄 정황이 다분해 수사와 재판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으면 종국의 처분으로 고발 조치를 한다는 뜻입니다. 또한 처분을 내리기 전에(즉 감사 기간 도중에) 긴급한 사안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이 수사 의뢰 또한 감사관들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감사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감사원장 승인까지 받아야 합니다. 충분한 숙의와 모니터를 거친다는 뜻입니다. 일 처리의 선후 관계에 입증되지 않은 인과성을 부여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정치권의 흔한 공세 방식이기는 하지만 감사원은 말 그대로 "정치 공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민주당의 쇼잉이다"라는 감사원 내부 반응도 있습니다.
모든 사안이 '선 감사 후 검찰'로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감사원이 부각되며 검찰이 어리둥절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검찰은 감사원의 감사를 기다리는 기관이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감사원이 '서해 피격 사건 의혹' 관련 국방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검찰도 자체적인 판단으로 국방부 간부들을 소환 조사하고 있습니다. 즉 감사원이 먼저 감사에 나서 수사를 의뢰할 수도 있고 이에 대해 검찰이 판단하기에 적절하지 않으면 수사를 안 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같은 사안에 대해 검찰과 감사원이 동시에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두 기관이 사안에 대해 협의를 하지는 않습니다. 피감사자(수사 대상자)에 대한 물리적 소환 일정이 겹쳐 양 기관이 서로 일정(시간) 조율을 할 수도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박 의원은 누구보다 이런 내용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현재 감사원이 조준하고 있는 감사 사안 대부분이 문재인 정권 관련 의혹이라는 점에 비춰 "예전에는 안 그랬잖아요!"라고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이런 내용을 잘 아는 박 의원이 감사원과 검찰의 비정기적 회의기구마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건 감사원의 감사가 편향됐다고 볼 여지도 있고 뒤집어 말하면 전 정권 당시 정부 부처에 불거졌던 비위 의혹들이 그만큼 많다(='켕기는 것도 많다')는 얘기로도 들립니다.
정권마다 공·수 바꿔 항의 방문했던 국회의원들
한 감사원 간부는 "감사원은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특히 감사원 감찰직은 더 그렇다. 공직사회에서도 정치권에서도. 그런데 그게 일을 잘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라고 했습니다. 욕먹는 거, 감사원의 숙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병호 사무총장은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이어 간부들에게 '대어·고래 사냥(=고위공직자 비위 의혹 등 사건 감사)'을 주문했다고 합니다. 내부 업무 쇄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집권 중·후반기에도 감사원의 칼날이 매서울지, 유병호 사무총장의 결기가 여전할지 그래서 감사원이 윤석열 정부 인사들에게도 욕을 먹을지 지켜보겠습니다. 가정이지만 정권 중·후반기에도 정말 그렇다면, 그때는 여당(국민의힘) 의원들이 감사원을 항의 방문할 차례일까요.
(사진=감사원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