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커트 보니것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북적북적]

커트 보니것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북적북적]

[골룸] 북적북적 346 : 커트 보니것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그럼 이제 하늘나라에 계신 알렉스 삼촌에 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알렉스 삼촌이 무엇보다 개탄한 것은 사람들이 행복할 때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삼촌은 행복할 때마다 그 순간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각별히 노력하셨습니다. 한여름에 사과나무 아래서 레모네이드를 마실 때면 삼촌은 이야기를 끊고 불쑥 이렇게 외치셨습니다.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졸업을 앞둔 여자들을 위한 조언>에서 
 
벌써 한해의 절반이 지났습니다. 2022년 하반기가 시작된 7월, 폭염과 장마가 오락가락하는 이 여름에 재미있는 연설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연설은 대개 지루하지만 그중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것들은 아마 결혼식 주례사와 졸업식 축사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 편견을 깨버린 졸업식 축사의 레전드, 1972년부터 2004년까지 30여 년에 걸친 축사들... 미국 작가 커트 보니것의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가 이번 주 북적북적이 고른 책입니다. 
 
커트 보니것은 1922년에 태어난 미국의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입니다. <제5도살장>, <고양이 요람> 같은 작품으로 사랑을 많이 받았고 블랙유머의 대가 마크 트웨인의 계승자로 평가받는다고도 하네요. 커트 보니것의 독특한 이력은 당시에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졸업식 연설자였다는 겁니다. 정작 그 자신은 대학을 다니다 졸업 전에 2차 세계대전으로 군에 입대하는 바람에 졸업장을 받지 못했고 또 석사 학위를 따려고 했지만 논문이 거부당하는 등 졸업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기도 하네요.  
 
"여러분은 모두 다른 무엇보다 돈과 진정한 사랑을 원하실 겁니다. 여러분께 돈 버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아주 열심히 일하세요. 이번엔 어떻게 사랑을 얻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좋은 옷을 입고 늘 웃으세요."  
-<돈도 벌고 사랑도 찾는 법>에서 
  
"제가 이 자리에서 총대를 메고, 이제 막 졸업하는 여성과 남성들을 위해 선언하겠습니다. 어느 누구도 이들을 어린아이처럼 대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도 다시는 아이처럼 행동해서는 안 됩니다. 절대로. 이것이 소위 말하는 사춘기 의식이란 겁니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아예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죠."  
-<돈도 벌고 사랑도 찾는 법>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어느 학년에서든, 여러분이 믿었던 것보다 삶을 더 흥분되고, 자랑스럽게 만들어준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까? 손을 들어주세요. 자, 이제 손을 내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 선생님의 성함과 그 선생님이 여러분에게 무엇을 해주었는지 말해주세요. 다 하셨나요? 그래, 이 맛에 사는 거 아니겠습니다?"  
-<졸업을 앞둔 여자들을 위한 조언>에서 
 
미안합니다. 제가 미안하다고 말할 거라 했죠. 지금 했습니다. 끔찍하고 엉망진창인 이 행성의 상태에 대해 사과합니다. 그러나 여긴 언제나 엉망이었죠. '좋았던 옛날'은 존재한 적이 없습니다. 그냥 날들만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손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나한테 뭐라고 하지 마. 나도 여기 방금 도착했으니까." 
-<예술가의 일은 무엇인가>에서 
 
사실 제가 덧붙일 말이 많지는 않습니다. 재치 있고 이제 세상으로 나가는 젊음에 대한 이해가 있으며 곱씹어볼 만한 의미가 있습니다. 모두 귀담아 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인생에 몇 번 없는 졸업식에서 이런 축사 한 번쯤은 들어볼 만할 것 같습니다. 의외로 유튜브에 일부 졸업식 축사 영상도 있으니 찾아보셔도 좋겠습니다. 
 
*출판사 문학동네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 <골룸: 골라듣는 뉴스룸> 팟캐스트는 '팟빵', '네이버 오디오클립', '애플 팟캐스트'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 '팟빵' 접속하기
- '네이버 오디오클립' 접속하기
- '애플 팟캐스트'로 접속하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