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국가대표 선수를 지낸 엘리트 스포츠인이 제2차관에 선임된 것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사격스타' 출신의 박종길 차관에 이어 최윤희 씨가 두 번째입니다. 최윤희 씨(52세)는 15살이던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수영 종목에 출전해 3관왕을 차지하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고 4년 뒤인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도 2관왕에 오르며 '아시아의 인어'로 불렸습니다. 이후 대한체육회 이사(2017.4~2018.6) 및 한국여성스포츠회 회장(2017.3~2018.6)을 역임했고 2018년 7월부터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체육산업개발 대표 이사를 맡아 체육 관련 경영과 행정 경험 등을 쌓았습니다.
최윤희 차관의 선임이 발표된 뒤 저는 며칠 동안 국내 체육인들로부터 이번 인사에 대한 여러 의견을 들었습니다. 요약하면 '차관 깜이 아니다'와 '기대해볼만하다'로 나뉩니다. 먼저 부정적인 목소리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전형적인 '보은인사'로 볼 수밖에 없다. 최윤희-임오경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을 임명하겠다는 설은 무엇을 뜻하는가? 결국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대가로 차관직을 주겠다는 것 아닌가? 대한민국 차관직이 '전리품'으로 전락한 것이다. 최윤희 씨의 승승장구는 대부분 문재인 정권 출범과 시기를 같이 한다. 지난해 7월 한국체육산업개발 대표 이사에 선임될 때도 '낙하산 인사' 논란이 벌어졌다. 행정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임직원 수 1천600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의 수장이 됐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당시 노조가 성명서를 통해 '능력 검증을 떠나 유사 경력이나 스펙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 회사와는 맞지 않는다'며 반대했겠는가?"
문체부 제2차관이 어떤 자리인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안팎에서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문체부 고위직 공무원 출신인 A 씨는 "제2차관의 담당 업무 범위가 매우 넓다. 체육 분야 외에도 대한민국의 관광정책과 국민 소통까지 책임져야 한다. 특정 분야만을 오랫동안 경험한 사람이 맡기는 쉽지 않은 자리이다. 국가 행정에 대한 전문적인 노하우가 없을 경우 아랫사람들을 제대로 통솔하기가 어려워 행정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으로 걱정했습니다.
반면 최윤희 차관 선임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스포츠계 현장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최윤희 씨의 경력과 경험을 고려하면 충분히 맡을 능력이 있다고 본다. 한국체육산업개발 대표 이사로 부임할 때 처음에는 노조의 반대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이후 열정적으로 근무해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다. 현재 스포츠계 최대 이슈는 폭력-성폭력 등 인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다. 이런 이슈가 부각된 현시점에서는 여성 차관이 기용되는 게 여러모로 바람직하다. 역대 제2차관의 면면을 보면, 체육과 관광 등 여러 경험을 다 갖춘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상황이 이런데 왜 최윤희 씨만 비판을 받아야 하나? 또 역대 정권에서 '보은인사'가 없었던 적이 있었는가? 왜 최윤희 씨만 욕을 먹어야 하나? 최윤희 씨가 이른바 '깜'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체육인들을 무시하는 그릇된 편견에서 나온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차관에 대해서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개최하지 않습니다. 누구를 차관에 선임하느냐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고유 권한입니다. 최윤희 씨는 이변이 없는 한 문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되는 2022년 5월까지 차관직을 맡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간에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열립니다. 또 현시대의 화두인 '스포츠혁신'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수행해야 합니다. 최윤희 차관에 대한 최종 평가는 결국 재직 동안에 얼마나 본연의 업무를 성공적으로 해내느냐에 따라 갈릴 것입니다.
한편 이제는 전임이 된 노태강 전 차관은 그동안 주위에 "할 만큼 했다. 이제 그만두고 싶다"며 오래전부터 자리에서 물러날 뜻을 밝혀왔습니다. 통상 차관들의 임기가 2년 정도인데 노태강 차관의 경우 이미 2년 6개월이 지났습니다. 이번에 그만두지 않으면 상황상 내년 8월 도쿄올림픽 폐막까지 차관직을 맡게 되고 그렇게 되면 만 3년이 훨씬 넘기 때문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분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