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꼬리 감추는 열대야
한여름 잠을 설치게 했던 열대야가 꼬리를 감추고 있다.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 지역에 열대야가 나타나고 있을 뿐 그 밖의 대부분 지방은 일단 열대야에서 벗어났다. 기상청의 중기예보를 봐도 제주도와 일부 남부를 제외하고는 열대야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 이제 밤에는 잠을 잘 만하니 낮 동안의 더위도 견딜만한 수준이 된 것이다.
한반도 주변 5.5km 상공의 일기도를 보면 단순히 열대야가 꼬리를 감추는 수준이 아니라 계절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아래 그림 참조).
물론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와 북태평양 고기압의 경계에 있는 남해안 등 일부 지역에서는 열대야가 조금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 물러가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일시적으로 확장한다면 열대야가 남부지방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북태평양 고기압이 물러가는 시기임을 고려하면 이 같은 현상은 나타나더라도 극히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 낮에는 여전히 뜨거운데…성격 바뀐 폭염
폭염의 성격도 크게 바뀌고 있다. 여전히 내리쬐는 햇볕은 따갑고 19일(월) 현재 서울과 일부 경기, 일부 충청, 남부 일부 지역에는 폭염주의보까지 내려져 있지만 공기는 크게 달라졌다. 최고 기온도 낮에는 폭염과 밤에는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던 때와 비교하면 크게 낮아지고 있고 특히 습도가 크게 낮아졌다. 요즘 한낮의 습도는 낮은 곳은 30~40% 정도까지 떨어지고 있다. 습도가 70~90%에 이르던 때와 비교하면 절반 정도로 뚝 떨어진 것이다. 그동안 한반도를 덮고 있던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과는 달리 북쪽에서 내려와 현재 한반도 상공을 덮고 있는 찬 공기는 상대적으로 건조하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 내려져 있는 폭염주의보도 20일(화) 밤 남부지방부터 비가 내리면서 대부분 해제될 가능성이 높다.
요즘 나타나는 폭염은 한여름 폭염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현재 기상청이 운영하고 있는 폭염특보로는 한여름 폭염과 요즘 나타나는 폭염을 구분할 방법이 없다. 기온이 올라가도 습도가 크게 달라 성격이 다르지만 기상청의 폭염특보는 오르지 최고 기온만을 기준으로 발령하기 때문이다. 습도가 높든 낮든 관계없이 밤 기온이 높든 낮든 관계없이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이면 폭염특보가 내려지기 때문이다.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물러나는 단계에서 나타나는 폭염은 습식 사우나 같은 폭염이라기보다는 건식 사우나 같은 폭염일 가능성이 크다.
● 늦더위 올까?
한반도 주변 기압계가 변화고 있다고 해서 여름이 당장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8월까지를 여름, 9월부터는 가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상학적인 여름 기준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보통 일 평균기온이 20℃ 이상이고 일 최고기온이 25℃ 이상인 경우를 여름으로 본다.
기록상으로 1973년 이후 전국에서 폭염이 가장 늦게 나타난 날은 9월 21일로 2007년에는 대구와 합천에서 폭염이 기록됐고 2010년에는 대구와 경주, 순천, 영천, 포항, 합천, 제주 등에서 폭염이 발생한 바 있다. 서울에서 관측 사상 폭염이 가장 늦게 나타난 것은 지난 2000년 8월 30일로 당일 서울의 최고 기온은 33.6℃를 기록했다.
전국에서 열대야가 가장 늦게 나타난 것은 지난 2013년으로, 10월 6일 제주도 서귀포에서 열대야가 기록됐다. 내륙에서 가장 늦은 열대야는 지난 2010년 9월 21일 나타난 열대야로 남해와 여수, 창원, 통영, 의령 등에서 열대야가 기록됐다. 서울에서 관측 사상 가장 늦은 열대야는 2012년 8월 27일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