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피해 본 주민들의 이야기 좀 더 깊게 들어가 보죠. 저희 취재진이 만나보니까 집 잃어버린 경우도 물론 안타깝지만, 더 나가서 먹고 사는 수단, 가게나 공장 같은 게 다 타버린 사람들은 이제 어떡하시냐고 묻는 것조차 죄송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조재근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고성 산불의 발화지점인 원암리 마을, 가장 먼저 불길이 들이닥친 만큼 미처 대비할 틈도 없이 화마에 삼킨 마을은 처참한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전체 주택 105채 가운데 절반이 넘는 60여 채가 이번 산불에 타버렸습니다.
무너져 내린 집 안을 아무리 둘러봐도 건질 것 하나 없습니다.
수십 년 가족들과 살아왔던 모든 흔적이 모조리 사라졌습니다.
[조영식/산불 이재민 : 건질 만한 게 하나도 없어요. 완전히 이건 흔적 없이 다 타버렸어요. 어떻게 그렇게 흔적도 없이 탔는지….]
직원 6명이 근무하던 이벤트 대행업체도 불길에 모든 게 타버렸습니다.
고가의 음향장비와 의자, 천막, 조명시설은 물론 25년 동안 쌓아왔던 각종 영업 서류까지 불타버렸습니다.
[유은자/이벤트 대행업체 : 이걸로 먹고 이날 평생 이걸로 먹고 살았는데 아이들 가르치고… 아무것도 없고 그냥 그야말로 잿더미만 남아 있으니.]
펜션과 여관, 바닷가 횟집과 소규모 사업장까지 모두 불길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다시 일어서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김용태/유리가공업체 : 요즘에 무슨 생각 하냐면 다 접고 어디 서울 같은데 공장 같은 데 가서 제가 기술이 있으니까 기술자로 들어가서 일해야 하나.]
삶의 터전은 물론 생계 수단마저 잃어버린 이재민들이 앞으로 살아갈 의욕마저 잃지 않도록 지원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허 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