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서울시 중구에서 주민들 몰래 '대학생 쪽방촌 체험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 "더 나은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계기"…'쪽방촌 체험'이 뭐기에
서울시 중구에는 38개 건물에 900여 개의 쪽방이 있습니다. 주민은 약 800여 명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65세 이상 홀몸 고령자 등이 대부분입니다. 서울 중구청은 지난 1일 쪽방촌을 대상으로 '캠퍼스 밖 세상 알기-작은방 사람들과 마음 나누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 주민들은 들어본 적 없는 우리 동네 체험?
그런데 중구의 '쪽방촌 체험'이 정작 주민들도 모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습니다. 체험 시행일인 다음 달 3일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중구청 측은 쪽방촌 주민 대상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체험 신청자를 받고 나서 진행되는 설명회는 '통보'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 '가난 상품화' 논란에 '스펙 쌓기 동원' 논란까지
가난을 체험한다는 중구청의 쪽방촌 체험 프로그램의 취지 자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2015년 논란이 됐던 '괭이부리마을' 쪽방촌 체험 역시 비슷한 지적을 받아 무산된 바 있습니다.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 되는 인천 동구 괭이부리 마을은 대표적인 쪽방촌으로 꼽힙니다. 인천 동구청은 괭이부리마을에 1박에 1만 원을 내면 쪽방촌을 체험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성격의 '쪽방촌 체험관' 건설을 추진했습니다. 동구청은 타지에서 부모와 함께 동구를 찾은 아이들에게 숙박의 기회를 줘 옛 생활 모습을 경험토록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주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거세졌습니다.
중구청이 추진하는 대학생 쪽방촌 체험을 두고 대학생들의 '스펙 쌓기'에 쪽방촌 주민들이 동원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은 쪽방촌의 어려움을 현실적으로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아닌 데다가, 체험을 마치면 발급되는 봉사활동확인서를 위한 '수박 겉핥기'식 참여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중구청 관계자는 SBS와의 통화에서 이런 논란에 대해 "주민 대상 설명회는 아직 개최하지 않았다"며 "반대여론 때문에 내부에서 사업 자체의 추진 여부를 재검토 중에 있다"고 전했습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현은 / 디자인: 정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