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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드에 이어 SM-3…"이르면 연말 '도입' 발표"

[취재파일] 사드에 이어 SM-3…"이르면 연말 '도입' 발표"
날로 흉폭해지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해군의 차기 이지스함 3척에 장착할 함대공 요격 미사일의 종류를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세종대왕함 같은 해군의 기존 이지스함들은 탄도 미사일을 탐지와 추적만 할 수 있고 요격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차기 이지스함은 베이스 라인-9이라는 최신형 전투체계를 채택했습니다. 함대공 미사일로 SM-6뿐 아니라 SM-3도 쏠 수 있습니다.

결국 차기 이지스함을 SM-3로 무장하느냐, SM-6로 무장하느냐의 결심만 남은 셈입니다. 해군은 지난 2013년 합참에 SM-3 도입을 건의한 바 있습니다. 무기체계 도입 과정의 시작점인 소요군의 소요제기 절차였습니다. 당시 합참은 해군의 소요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작년 가을 SM-3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는 기사들이 솔솔 나왔고 군은 공식적으로 “사실 무근”이라는 반응을 내놨습니다. 반년이 지난 지금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SM-3 도입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말이 해군의 유력한 소식통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차기 이지스함의 함대공 미사일이 SM-3로 사실상  결정됐다는 것입니다.

SM-3는 사드(THAAD)와 경우는 다르지만 역시 도입을 놓고 찬반 논란을 빚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SM-3는 사드처럼 종말단계 즉 적 미사일이 최종적으로 하강하는 단계가 아니라 비행 중 최고점을 찍는 지점 전후의 이른바 중간단계에서 요격합니다. 요격 고도는 모델에 따라 1,000km 이상까지 미칩니다.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는 데 사용할 스커드와 KN-02 미사일은 SM-3의 요격 고도 밑을 날아다닙니다. 즉 단거리 미사일은 요격하지 못합니다.

중거리 또는 장거리미사일을 잡는 데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무수단 이상의 북한 중장거리 미사일들은 일본 또는 괌, 미국 본토를 노립니다. 우방 방어 차원, 그리고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의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요즘 종종 선보이고 있는 고각발사를 남한과의 실전에서 사용할 때를 대비한다면 용도가 맞습니다. 우방 방어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MD 편입의 다른 말이고, 고각발사 방어용이라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북한의 전술에 대비해 너무 큰돈을 들인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습니다. SM-3 미사일의 한발 가격은 사드보다도 수십억원 비싼 150억원입니다.

● SM-3는 어떤 미사일?
미국 미사일방어국 홈페이지
미국 미사일방어국(MDA, Missle Defence Agency) 인터넷 사이트의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BMDS) 소개 자료를 보면 미국은 상승(Boost)단계, 중간(Midcourse)단계, 종말(Terminal)단계에서 각각 요격을 시도합니다. 상승단계는 적 미사일이 발사돼서 최고 고도를 향해 솟구칠 때이고 중간단계는 최고 고도 전후입니다. 종말단계는 적 미사일이 목표지점을 향해 곤두박질치는 지점입니다.

종말단계에는 그 유명한 사드와 패트리엇이 겨냥하고 있고, SM-3는 지상기반 장거리 요격미사일(GBI)과 함께 중간단계를 맡습니다. 미국의 요격 미사일들은 만능이 아니라 이렇게 각각 제 임무가 있습니다. 사드를 반대하는 측에서 남한에 배치될 사드가 미국으로 날아가는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사실과 다릅니다. 사드는 단거리, 준중거리 미사일의 종말단계에서만 요격 성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중간단계 요격용이 아니어서 남한의 사드는 일본이나 미국 쪽으로 날아가는 미사일 근처에도 못 갑니다.

다만 미군이 AN/TPY-2 레이더를 함께 들여와 중국과 마찰이 생기는 것인데 주한미군의 AN/TPY-2는 일본에 이미 2기 배치된 AN/TPY-2 그리고 해상 기반 X밴드 레이더들의 전방에서 중국과 북한을 감시하는 ‘MD 창끝의 눈’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군이 남한에서 고성능 레이더를 직접 운용하면 동북아 적들의 미사일을 훨씬 일찍, 입체적으로 탐지할 수 있습니다.

SM-3는 미군이 아니라 우리 해군이 차기 이지스함에 장착하겠다는 것입니다. 차기 이지스함에는 AN/TPY-2보다 훨씬 성능이 뛰어난 레이더가 탑재되는데다 중국과 북한 코 앞으로 함정을 옮겨 놓으면 탐지 범위가 대단히 넓어집니다. 대한민국 해군이 첨단 함대공 요격 미사일과 첨단 레이더를 들이는 일이기 때문에 사드와 달리 중국이 시비를 걸 명분이 없습니다.

SM-3는 블록 1A와 1B, 블록 2A와 2B로 계속 개량되고 있습니다. 최대 요격 고도는 1A가 250km, 1B는 500km, 2A는 1,500km인데 실제 요격 고도는 이보다 좀 낮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드의 최대 요격 고도 150km와 견줘보면 SM-3의 요격 고도는 상당히 높습니다. 종말단계가 아니라 미사일이 최고 고도를 찍는 중간단계에서 요격을 하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MDA는 2002년 초부터 작년 하반기까지 SM-3 시험발사를 37회 실시해 28회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7번은 실패했고 2번은 요격 체계 또는 표적의 결함 등으로 발사 자체가 취소됐습니다. SM-6는 작년과 재작년 각각 1번씩 시험발사를 해서 모두 성공했습니다.

SM-3를 해군 차기 이지스함에 들인다면 이지스함 1척당 20발씩 모두 60발 정도는 구매해야 합니다. 함정의 개조 및 소프트웨어 개량 비용까지 합치면 2조원 가까운 돈이 듭니다. 반면 SM-6는 요격 고도가 SM-3는 물론 사드보다 낮은 종말단계 요격용입니다. 적 미사일을 직격하는 것이 아니라 적 미사일 근처에서 터지는 파편형이지만 탄도미사일 뿐 아니라 순항미사일과 항공기 요격도 가능합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수출 승인도 냈습니다. 가격은 SM-3의 3분의 1인 1발에 50억원 정도입니다.

● SM-3 대북 방어력은?
sm-3 미사일 발사 장면
돈도 돈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요격 고도입니다. 우리 군이 가장 경계하는 북한의 미사일은 중거리 무수단도 장거리 KN-14도 아닙니다.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때의 주력 미사일은 단거리인 KN-02와 스커드입니다. SM-3는 고도 수백km 위에서 요격을 할 수 있는데 최대 사거리 230km인 KN-02는 고도 100km 아래로 날아다닙니다. 스커드의 최고 고도도 100km 정도입니다.

SM-3로는 KN-02와 스커드를 잡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미사일의 성능을 말할 때 거의 쓰지 않는 ‘최저’ 요격 고도 개념도 요즘 회자됩니다. SM-3도 최저 90km 상공에서는 요격할 수 있으니 가까스로 스커드와 KN-02 몇 개는 걷어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동네 시장에서 장 보려고 벤츠 사는 격입니다. SM-3를 최저 요격 고도에서 사용할 요량이라면 ‘헐값’인 SM-6나 사드를 사는 편이 낫겠습니다.

해군의 한 핵심 관계자는 “SM-3가 늦어도 내년 초에는 도입 결정이 발표될 것”이라며 “최근 북한의 위협 형태가 SM-3 도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요즘 들어 나타나는 북한의 위협 방식이란 고각발사입니다.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면서 고각발사 방식을 택하자 무수단과 북극성 2형 모두 고도 500km 이상을 찍었습니다. 고각발사 미사일을 잡기 위해서는 종말 단계의 하층 방어로는 모자라고 SM-3같은 중간 단계의 상층 방어망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고각발사는 실전용이 아닙니다. 한반도 안에서는 최대 사거리 2,000~3,000km의 미사일을 제 사거리를 구현하며 날리려면 주변국 바다와 하늘을 통과해야 합니다. 큰 싸움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중거리 미사일의 사거리를 확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각발사라는 위험천만한 시험발사 방식을 택한 것입니다. 북한이 실전에서도 고각발사 전술을 쓸 지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한 한미일 정보공유협정이 발효됐고 한미일이 북한 미사일을 쫓아 떨어뜨리는 연합훈련을 하고 있는 상황을 거론하며 해군의 SM-3 도입은 곧 미국 MD 편입이라는 주장도 합니다. 미국이나 일본을 향해 날아가는 중거리 또는 장거리 미사일을 우리 해군의 SM-3가 수백km 고도에서 요격할 수 있기 때문에 MD 편입이라고 우겨도 반박할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MD 편입은 군이 단독 결정할 수 없는 중차대한 사안입니다.

차기 이지스함은 계획에 따라 2023년부터 2027년까지 건조돼 나옵니다. 거기에다 SM-2나 SM-6를 장착하기는 아깝고 SM-3를 꽂아 넣으려니 부담스런, 조금 고약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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