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날, 1,200년 만에 혜성이 지구에 가장 가깝게 접근했다는 그 날 이후 둘은 더 이상 몸이 뒤바뀌지 않게 되고 서로 연락조차 할 수 없게 됩니다. 역시 원인은 모른 채 말이죠. 걱정이 된 타키는 한번도 만난 적 없는 미즈하를 찾아 나서고, 그 길에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놀라운 운명과 마주하게 됩니다.
한국에 상륙해 3주째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의 초반 줄거리입니다. 지난해 여름 일본에서 개봉한 뒤 1천700만 관객을 모으며 감독 신카이 마코토에게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란 수식어를 안긴 화제작이죠.
국내 개봉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을 올 초 따로 만나 취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20여 분 동안의 인터뷰 내용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답변 3개를 골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감독의 의도가 여러분의 해석과 얼마나 가까이 닿아 있는지 궁금합니다.
“영화에서 자연재해를 그리고 있지만, 관객이 해당 장면을 보고 2011년 대지진을 연상하도록 의도한 건 아닙니다. 관객들 중에는 2011년 대지진을 연상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을 겁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2011년 대지진의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말이죠. 그 사건이 있은 후 저도 변했고 일본인 모두가 조금씩은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사는 마을이 내일 당장이라도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을 2011년 이후 일본인 모두가 무의식 중에 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환경이 바뀌고, 그 바뀐 환경 속에서 만든 영화이기 때문에, 내용도 예전과는 달라졌을 겁니다. ‘너의 이름은.’은 2011년 대지진이 모티브가 되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일본의 바뀐 환경이 제게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는 있습니다.”
당신의 작품들엔 해피엔드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다르다. 이유가 무엇인가?
“일본의 제 팬 분들은 ‘너의 이름은.’을 보면서 해피엔드를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나 자신이 변했고, 일본 관객도 변했습니다. 전작인 ‘초속 5센티미터’를 만들 때에는 내 동네와 일본 사회가 계속 유지된다고 믿고 있었고, 그래서 뜻대로 잘 안 되는 것에서 영화의 의미를 찾으려 했습니다.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살아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죠."
"하지만 2011년 이후 나의 동네도 내가 속한 사회도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생겼고,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하나의 생명이라도 강하게 붙들어내는 그런 힘이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일본 관객들도 비슷한 이유로 해피엔드를 원했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당신이 가장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
“‘너의 이름은.’은 사춘기 소년과 소녀가 어떻게 만나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누군가를 만나기 직전의 상태를 그렸습니다. 우리는 내일 소중한 누군가를 만날 수도 있고, 그 만남은 모레, 혹은 1년 뒤일 수도 있습니다. 그 시기는 알 수 없지만, 당신의 인생에는 아직 만나지 않은, 매우 소중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이 다가올 미래의 가능성을 굳게 믿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