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위원회는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보류 결정을 내렸고, 깊이 있는 검토와 신중한 결정을 위해 4개 분야별 소위원회를 구성해 이달 초까지 4개월간 집중 조사를 벌였고, 지난 22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현상변경허가’를 이번 달 문화재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해 사업을 불허하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 466번지에서 해발 1,480미터인 끝청 하단까지 3.5km에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것이다. 케이블카 사업의 첫 단추를 끼워준 것은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였다. 지난해 8월 국립공원위원회는 공원계획변경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2012년 설악산이 케이블카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뒤 2012, 2013년 연속 두 차례나 노선이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부결시켰지만 세 번째 신청에 7가지 조건을 들어 결국 손을 들어줬다. 공원위원회 결정은 케이블카를 둘러싼 찬·반 갈등에 불을 당겼다.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KEI)은 본안 검토의견에서 “산양 및 멸종 위기종, 법정보호종에 대한 정밀조사가 충분하고 적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상부정류장 주변 식물보호대책도 미흡하다”며 케이블카 사업이 동·식물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을 재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이같은 검토의견을 토대로 지난 11월 초 양양군에 환경영향평가 보완을 요구했고 양양군은 평가서 보완작업을 진행 중인 상태이다. 초안에 이어 본안도 부실작성 의견이 나왔지만 환경부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제동을 걸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원위원회의 결정을 근거로 케이블카 사업을 멈추게 할 수 없다는 환경부의 입장은 문화재위원회의 상반된 결정에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똑같은 사업대상지를 놓고 왜 이렇게 평가와 판단이 엇갈린 것일까? 심사를 맡은 공원위원회와 문화재위원회의 구성을 살펴보면 의문이 풀린다. 공원위원회는 20명의 위원 중 정부와 민간에서 각각 10명씩 참여하고, 위원장은 환경부 차관이 맡고 있다. 하지만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위원 10명은 모두 민간위원들로 구성돼 있다. 정부의 판단과 영향이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환경부는 문화재위원회의 부결 결정에 대해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다. 초라하고, 궁색해진 입장 때문일지 모른다. 그러나 자연환경을 잘 보존할 책무가 있는 부처로서 반성과 사과가 필요하다. 그것이 설악산 산양과 동·식물에게 신뢰를 회복하는 첫 길이며 든든한 환경지킴이로 다시 태어날 약속의 첫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