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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파트타임 체육회장 안 된다"

[취재파일] "파트타임 체육회장 안 된다"
오는 10월 5일 제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다가오면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오늘(21일) 장호성 단국대 총장이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이기흥 전 대한체육회 수석 부회장도 출마 여부를 최종 발표할 계획입니다.

통합 대한체육회 새 수장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의 의미는 남다릅니다. 구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지난 3월 통합했지만 그동안 양 단체 회장을 맡고 있던 김정행, 강영중 회장의 공동회장 체제로 운영돼왔습니다. 따라서 이번 선거를 통해 사실상 초대 통합 체육회장을 뽑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 선거는 50여개의 가맹단체만이 투표권을 가졌던 이전과는 달리 선수, 지도자, 체육동호인 등 약 1천500명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이 회장을 뽑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누가 당선될지 선거 결과를 쉽게 예상할 수가 없게 됐지만 ‘대표성’과 ‘정통성’이란 면에서는 대한체육회장의 위상이 한층 올라갈 전망입니다.

그럼 어떤 후보가 한국 스포츠의 수장에 올라야 할까요? 저는 오랫동안 대한체육회 직원, 체육학과 교수, 선수와 지도자들의 의견을 들어왔는데 그들의 생각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국내 스포츠 정책과 제도 전반에 대한 풍부한 식견과 경험을 소유한 사람

2. 모두를 포용할 있는 넉넉한 품성을 갖추고 도덕적으로 깨끗한 사람

3.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고양할 안목이 있는 사람

4. 재정 자립도를 높이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실행할 수 있는 사람

5. 문화체육관광부의 간섭과 개입으로부터 자율성을 지킬 수 있는 사람



국내 체육인들은 이런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 하더라도 대한체육회 업무에만 전념하지 않을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현재 규정에 따르면 대한체육회장이 매일 체육회에서 상근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은 없습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된 데다 연간 4천억 원의 정부 예산을 쓰는 공공 기관의 수장이 또 다른 직업을 가진 채 ‘파트타임’으로 체육회장 직을 수행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지배적 의견입니다.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오지철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한국 아마스포츠를 총 책임지고 있는 대한체육회장의 업무는 24시간 전념해도 부족할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유력 후보를 살펴보면 먼저 장호성 씨는 단국대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국내 유수 대학의 총장을 하면서 대한체육회장을 겸임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듭니다. 출마 결심을 굳힌 전병관 후보도 현재 경희대학교 교수입니다. 연구 활동과 학생 지도를 하면서 동시에 한국 스포츠의 수장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이기흥 전 대한체육회 부회장도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장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22일부터 23일 이틀 동안 후보 등록을 한 뒤 본격적인 선거 운동을 펼치게 됩니다. 국내 체육인들은 “이번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선거 운동에 앞서 당선되면 대한체육회장 업무에만 전념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신임 회장이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일주일에 고작 한두 번 체육회를 방문해 보고만 받는다면 체육회장이 속된 말로 ‘얼굴 마담’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1980년대 미국의 팝스타 스티비 원더가 불러 히트시킨 ‘파트타임 러버’(Part Time Lover)란 노래에는 '우린 낮엔 낯선 이들, 그러나 밤엔 연인들. 매우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분은 너무 좋아.'(We are strangers by day, lovers by night, Knowing it's so wrong, but feeling so right)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매우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편의 때문에 대한체육회장 직을 파트타임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신임 제40대 통합 대한체육회장은 반드시 풀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선출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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