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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스폰서도 없는 상금왕' 김승혁 "누굴 탓 하겠습니까?"

"올해는 여자친구 양수진과 동반 우승하고파"

[취재파일] '스폰서도 없는 상금왕' 김승혁 "누굴 탓 하겠습니까?"
지난해 한국 여자프로골프, KLPGA투어는 최고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정규투어만 26개 대회가 열렸고 총 상금은 158억 원에 달했습니다. 주말마다 드라마틱한 명승부가 펼쳐져 골프 팬들은 월요일 점심 시간마다 여자골프 얘기로 꽃을 피웠습니다.

반면 남자프로골프, KPGA는 상대적 박탈감 속에서 한 해를 보냈습니다. 대회 수가 여자 대회의 절반 수준인 14개에 그쳤습니다. 총상금도 91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SK텔레콤오픈과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우승하며 2009년 배상문 이후 5년 만에 KPGA 대상과 상금왕을 동시에 석권한 김승혁 선수가 지난해 국내투어에서 받은 상금은 5억 8천 9백만 원입니다. 여자투어(KLPGA) 상금 순위 5위의 액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한국 남자골프의 초라한 현 주소입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2014 KPGA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김승혁 선수에게 아직도 메인 스폰서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여자 골프선수들을 후원하겠다는 기업은 계속 줄을 잇고 있지만, 남자 선수들에게는 선뜻 손을 내미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곱상한 외모에 호쾌한 장타력을 갖춰 많은 여성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김태훈은 최근 한 의류업체와 후원 계약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그 액수가 아직 투어에 데뷔 하지도 않은 여자 신인 유망주보다 훨씬 적더군요. 지난해 말로 SK텔레콤과 계약이 끝난 홍순상도 새 후원사를 찾고 있는데 쉽지 않습니다.

다음주 태국으로 동계 전지훈련을 떠나는 김승혁 프로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현재의 심정을 들어봤습니다.

Q. 대상과 상금왕을 석권하고도 아직 계약하자는 후원사가 없나요?
"현재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4군데 정도 접촉하고 있는데 기업들이 쉽게 결정을 못 내리는 것 같습니다."
 
Q. 남자 골프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다고 생각하나요?  
"누굴 탓하겠습니까? 남자 골프 인기가 없어서 그런건데요. 일단 대회 수가 너무 적다보니까 실력 있는 선수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 미국 2부투어나 일본투어로 나가고 그러다보니 국내에는 해외에 못가는 선수들만 남게되고 대형 스타 플레이어가 없잖아요. 당연히 투어에 대한 인기는 떨어지고 마케팅을 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같은 비용이면 남자선수들 보다는 홍보효과가 좋은 여자선수들에게 투자하는 거겠죠."

Q. 어떻게하면 땅에 떨어진 인기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일단 우리 남자선수들이 실력을 키워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어야겠죠. 여자선수들은 세계 무대에서 자주 우승하고 이름을 떨치는데 비해 남자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활약이 좀 미미하잖아요. 미국이나 일본 투어에서 우승하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그 선수들이 국내 투어에 출전하면 자연스럽게 국내 대회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높아지지 않을까요? 그렇게해서 기업들도 점차 남자투어에 눈을 돌리게 만들어야죠. 국내 여자투어는 기업들이 새 대회를 만들고 싶어도 대회가 워낙 촘촘히 있어서 일정이 안나온다는데 남자 대회는 지난 가을 6주 동안이나 대회가 열리지 않는 공백기가 있었어요. 남자 선수들은 정말 먹고 살기 힘들어요."  

Q. 올해 출전 계획은?
"일단 일본대회를 17~18개 출전할 예정이구요, 한국 대회는 일본 대회와 일정이 겹치지 않으면 다 나올 겁니다. 특히 SK텔레콤오픈,매경오픈,코오롱 한국오픈, 신한동해오픈 등 메이저급 대회는 만사 제쳐놓고 나오려구요."  

Q. 2014년엔 데뷔 9년만에 생애 첫 우승과 함께 국내무대 2승과 일본투어 1승을 기록하면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는데 올해 목표는?
"지난 시즌엔 운도 많이 따라줬어요. 주위 분들 기대가 커지니까 솔직히 부담이 많이 됩니다. 1월 15일 태국으로 동계 전지훈련 떠나는데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해서 실력을 더 탄탄하게 만들고 올 생각입니다. 지난해 성적보다 조금 더 올려봐야죠."  

Q. 부족한 부분이라면?
"제가 숏게임이 약한 편이거든요. 우선 퍼팅의 기복이 심한데 그립부터 교정하고 많은 연습량을 통해서 자신감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또 그린 주변에서 굴리고 세우는 웨지샷 실력을 업그레이드 시키는게 이번 동계 훈련의 단기 목표입니다."
 


김승혁 양수진
Q. 지난해 이맘 때 동계 훈련을 가서 양수진 프로와 연인 사이로 발전했는데 올해도 양프로와 동행하나요?
"네. 함께 갑니다. 양수진 프로는 저에게 큰 힘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 가운데 그녀가 차지하는 비중이 꽤 컸습니다. 제 여자친구는 KLPGA투어에서 5승이나 기록한 인기 스타인데 부끄러운 남자친구가 되지 않으려면 저도 잘해야 한다는 동기 부여가 된거죠. 연습할 때 서로 스윙을 봐주는데 정말로 도움이 많이 됩니다. 지난해는 여자친구가 우승을  못했는데 올해는 여자친구와 제가 남녀 투어에서 동반 우승하면 더 좋겠죠."  

Q. 지난해 일본에서 생애 한번 뿐인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했는데 김프로가 느낀  일본과 한국투어의 차이점은 뭔가요? 

"한 마디로 규모부터 다릅니다. 대회 수도, 상금도 한국의 두 배죠. 또 대회장의 분위기도 다르죠. 갤러리 분들이 주중과 주말에도 많이 찾아와 응원해주고 흥을 돋우기 때문에 선수들은 없던 힘도 나는 겁니다. 그런 거 보면 참 부럽죠."  

Q. 일본투어에서 2년동안 뛰었는데 일본어 실력은?  
"아직 잘 못합니다. 자기 소개하고 인사하는 수준이죠. 현지 언론과 인터뷰 할 때는 매니저가 통역해줍니다. 공부 더 해야죠."


데뷔 후 9년간의 긴 무명 터널을 뚫고 나온 김승혁은 2015년 새 출발선에 섰습니다. 반짝 돌풍에 그치느냐, 인생 역전의 성공 신화를 이어가느냐는 전적으로 그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동계 훈련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동계 훈련 떠나기 전에 메인 스폰서 문제가 꼭 해결되길 바랍니다. 이건 한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상과 상금왕을 차지한 선수에게조차 후원사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지금도 음지에서 땀을 흘리는 수많은 무명 선수들은 도대체 무슨 희망을 보고 운동을 계속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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