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위는 당시 공기업 개혁안의 한 장(章)을 할애해 공기업 인사제도 혁신 방안을 내놨습니다. 현 제도가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고, 임원추천위원회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으며, 비공식적이고 불투명한 정부의 간섭도 문제가 많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공기업 임원추천위원회 인사결정 과정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임명권과 관련해 대통령이 명확한 입장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새누리당이 공기업 개혁 방안을 내놓은 이날로부터 딱 1주일 뒤 방송통신위원회는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사장에 대표적 친박 인사인 곽성문 전 새누리당 의원을 임명했습니다. 그에 앞서 대한적십자사 총재에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선출됐습니다.
하지만 잇따라 불거지는 '인사 잡음'을 보면 정부 여당의 공공부문 개혁이 과연 이해 당사자나 나아가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장에 대선 공신을 임명하거나 자기 식구 심기 식의 구태를 답습하면서, 공공부문 개혁을 논하면 어느 누가 정부 여당의 개혁 의지에 선뜻 동의할 수 있을까요. "너나 잘해"라는 식의 비아냥만 듣지 않을까요.
특히 논란 속 인사들의 행태는 지켜보는 사람을 더욱 답답하게 합니다. 곽성문 코바코 사장은 사장에 지원하면서 낸 자기소개서에 "친박 그룹의 일원으로 의정활동 4년 내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고 쓰는 등 정치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사실이 이번 국감에서 드러나 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으로부터도 빈축을 샀습니다.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제회의를 핑계로 국감 출석일을 앞두고 중국으로 출국해 도피성 출장 논란을 빚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 연금 개혁과 공기업 개혁 등 공공부문 수술을 중요 치적으로 남기고 싶어합니다. 인수위 시절부터 로드맵을 그려 시간표에 따라 일정을 밟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청와대와 정부, 공공기관 인사부터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그 취지가 아무리 옳다고 해도 이해당사자들을 설득시키는 일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