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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中 저가항공 한국 취항…얼마나 싸길래?

[취재파일] 中 저가항공 한국 취항…얼마나 싸길래?
어느덧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부지런한 분들은 몇 달 전부터 알뜰 여행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실 텐데 특히나 해외여행 계획하시는 분들은 여비에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항공권을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이런저런 궁리들 많이 하실 겁니다. 꼼꼼히 가격비교도 해보고 서비스도 따져보면서 이 항공사, 저 항공사 뒤지다보면 자연스레 저가항공사, LCC(Low Cost Carrier) 가 눈에 들어오게 마련입니다. 왠지 좀 불안해보이고 서비스도 별로 일 것 같다는 선입견도 있지만 대형항공사들의 30~70% 수준으로 거품을 뺀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저가항공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라이언에어, 사우스웨스트항공, 이지젯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저가항공사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제주항공이나 에어부산 같은 저가항공사들도 일본과 중국 등 가까운 나라들을 시작으로 국제노선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급증과 한류 인기로 한중, 중일, 한일 노선이 황금노선으로 부상하면서 한중일 삼국의 저가항공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졌습니다. 국내 저가항공사들에 뒤질세라 일본의 ANA(전일본공수)도 지난해 일본 첫 저가항공사인 피치(PEACH)항공을 설립하고 서울-오사카 노선을 열었고, 타이완 부흥항공은 제주-가오슝 노선을, 홍콩 캐세이퍼시픽항공도 드래곤에어를 내세워 부산-홍콩, 제주-홍콩 노선을 차례로 개설했습니다.

동북아 저가항공 경쟁을 한층 불붙게 만든 것은 바로 중국 저가항공사 ‘춘추항공(春秋,SPRING AIRLINE)’입니다. 춘추항공이라...너무나 중국스러운 이름의 이 항공사가 생소하신 분들 많으시겠지만 중국에서는 꽤 유명한 중국 최초의 저가항공사입니다. 중국 여행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춘추국제여행사가 모 기업입니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사를 벤치마킹해 대형항공사들이 유가 상승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단행할 때 평균 40% 싼 항공권을 내놓으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왔습니다. 매월 특정일 특정시에 예매사이트에 접속하는 고객에겐 이벤트로 9위안짜리 특가 항공권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경쟁사들은 60%에도 못 미치는 탑승률을 춘추항공사는 90% 이상으로 끌어 올렸습니다. 전 좌석을 이코노미로 통일했고 음식과 음료를 없앴으며 또 철저하게 온라인 시스템을 통한 직판을 고수해 비용을 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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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항공이 항공여행객들의 주목을 받게 된 데는 또 다른 재미난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가격 낮추는 데는 이골이 난 춘추항공이 급기야 2009년에는 ‘입석 항공권’을 내놓겠다는 어이없는 제안을 내놓은 겁니다. 아무리 비행기라도 한 두 시간 정도는 버스처럼 충분히 서서갈 수 있기 때문에 입석을 허용하면운항편마다 40% 가까이 승객을 더 태울 수 있고 그만큼 항공권의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춘추항공사는 에어버스에 문의한 결과 안전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은 만큼 중국 민항 당국만 허가하면 입석항공권 도입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정부를 압박했습니다. 사상 최초로 ‘입석 항공권’이 등장할 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에어버스가 “안전상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춘추항공사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입석항공권’ 계획은 결국 좌절되고 말았습니다.  

초저가항공사로서 이미 경쟁력이 검증된 이 춘추항공이 마침내 한국에 진출한다고 합니다.  오는 8월부터 춘추항공이 청주와 상하이 노선을 매일 운항하고 제주와 상하이 노선도 주 3회 운항하기로 했습니다. 별 사고 없이 운항을 하다보면 조만간 김포노선도 개설될 것으로 보입니다.

관심은 춘추항공이 얼마나 싼 항공권을 내놓느냐입니다. 아직 항공권 가격은 책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춘추항공이 이미 취항하고 있는 다른 국제선 가격을 통해 짐작만 할 수 있습니다. 춘추항공은 최초로 일본에 상하이-이바라키 노선을 개설했는데, 항공권을 4천엔(약 5만 9200원)에 판매를 개시하면서 일본 고객들 사이에 급속히 지명도를 높인 바 있습니다. 거리가 더 가까운 상하이-제주 나 상하이-청주 노선은 아마 이보다 저렴한 가격을 책정할 수도 있을 겁니다. 3~4만원이면 상하이에 다녀올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벌써부터 국내 저가항공사들과 대형항공사들이 춘추항공을 경계하며 대응책에 부심하고 있고 동북아시아의 다른 항공사들도 춘추항공의 저돌적인 공세에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Made in China' 춘추항공이 보기 좋게 열어 제 낀 저가항공 춘추시대가 어떻게 전개될 지, 저 같은 짠돌이 여행꾼들에게는 흥미롭고 즐거운 구경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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