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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랑의 모양새

미술이 바라본 사랑

심장마비로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은 여인. 남편은 눈앞에서 세상을 떠난 아내의 귀에 대고 "사랑해"라고 말했습니다. 그로부터 정확히 15분 뒤, 죽은 아내에게서 핏기가 돌기 시작하더니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합니다. 남편의 "사랑해"라는 말에 죽었다가 살아난 아내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사랑'은 죽었던 사람도 살리는 힘을 가진 것일까요?

솔직히 '사랑이 무어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저는 '무엇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무엇인지 잘 모르기도 하고, 한 마디로 딱 잘라 말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비단 사랑이란 남녀 사이의 사랑에만 국한할 수도 없습니다.

'부모님의 사랑' 세상 60억의 사람들이 다 나를 비난하고 미워해도 끝까지 나만을 믿어주고 아껴주는 것일 테죠, '친구의 사랑' 오랫동안 멀리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났더라도 눈빛만 보면 '어떻게 살아왔을지' 느껴지는 사랑일 것이고요.(가장 친했던 중학교 때 친구가 저에게 해 준 말입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거의 못 보다가 대학생이 된 뒤 다시 만났을 때 "너는 안보다가 만나도 눈빛만 보면 그동안의 얘기를 다 안 들어도 알 것 같은 '눈빛 친구'다"라고 하더군요. 그 말이 정말 무지 감동적이었습니다.) 남녀 간의 사랑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단어를 사용해 설명하더라도 왠지 문장이 만들어질 것 같은 사랑이겠죠.   

어떤 표현 방식을 담더라도 표현이 되는 게 사랑이다 보니, '사랑'은 예술가들의 가장 좋은 소재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어찌 보면, 모든 예술의 밑바탕에는 '사랑'이 깔려있을지도 모릅니다. 예술가들의 예술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했을 테니까요.

공식적으로 사랑을 고백할 수 있는 날, 발렌타인 데이는 보름 정도 지났고,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화이트 데이는 보름 정도 남아있는 오늘, 작가들이 그린 '사랑'은 어떤가 들여다볼까 합니다. 오늘은 발렌타인 데이를 맞아 열린 특별전시에 나온 작품들과, 세계 각국의 유명 미술관들이 발렌타인 데이에 트위터 등 SNS에 올린 사랑에 관한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김덕기 '아름다운 순간들' Watercolour and ink on traditional Korean paper handmade, 36*42.5cm, 2011

'행복을 그리는 작가' 김덕기의 그림입니다. 김 작가는 어렵게 결혼생활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내의 아르바이트비와 본인의 신문배달비로만 신혼생활을 버텨내야 했지만, 그런 고달품 속에서 가족의 소중함이 더욱 도드라졌다고 합니다. 매일이 행복할 수는 없지만, 행복한 순간을 화폭에 담아 보는 사람도 덩달아 따뜻한 행복감에 휩싸이게 합니다.

 

             


김덕기 '부부' Watercolour and ink on traditional Korean paper handmade, 68*83cm, 1998

평생 한 길을 함께 걸어가는 부부, 그들의 발길을 이끄는 신발은 벗어놓은 상태에서도 서로 마주보고 있습니다. 덤덤한 남자 구두와 앙증맞게 한쪽 끈이 풀린 여자 구두는 얼굴을 보지 않고서도 부부의 사이가 얼마나 좋은지 짐작케 합니다.

 

             


트레이시 에민, I Promise to Love You, 2007

여기서부터는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갤러리가 SNS로 공개한 발렌타인 데이에 어울리는 작품들입니다. 먼저, 영국의 사치 갤러리 데미안 허스트 다음으로 도발적인 작업을 해오기로 유명한 '불량소녀' 트레이시 에민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네온으로 빛나는 하트 안에 '너를 사랑하겠다고 약속해' 라는 말이 적혀 있습니다. "삶이 곧 예술이고, 예술이 곧 나의 삶이다”라고 했던 에민은 이 작품 속에 "사랑은 곧 약속이고, 영원한 약속이 곧 사랑이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던 것일까요. 붉은색으로 빛나는 모습은 '사랑을 약속하는 순간'의 설렘을 닮은 것 같기도 하네요.

 

             


루이스 부르주아, I Love You, 2007

뉴욕 현대미술관 역시 여성 작가 루이스 부르주아 작품을 내놨습니다. 부르주아는 서울 리움미술관 뜰에 있는 대형 거미 조각품으로도 알려진 작가죠. 부르주아는 오선지 위에 '사랑한다'는 말을 적었습니다. "사랑한다"는 그 한 마디가 그 어떤 음악보다 아름답고 즐겁기 때문이겠죠.

 

             


엘리 나델만, Tango, 1919

휘트니 미술관 미국 조각가 엘리 나델만 춤추는 두 남녀 조각상을 발렌타인 작품으로 올렸습니다. 탱고를 추고 있는 연인의 모습입니다. 탱고의 경쾌한 리듬까지 느껴지는 두 사람의 몸동작은 금방이라도 뛰어 오를듯한 두 사람의 마음상태를 표현하는 듯합니다.

 

             


영국 사치갤러리 트위터에는 이런 사진도 올랐습니다. 언제 찍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가슴에 하트 모양의 털이 숭숭 난 배우 신하균 씨의 모습입니다. "심장을 꺼내어 보여줄 수는 없지만, 나는 너를 사랑해"라고 말하는 듯, 온 몸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랑의 종류가 다양하듯, 정말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도 수천수만 가지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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