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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성형도 통 크게…2천만 원은 기본?

[취재파일] 성형도 통 크게…2천만 원은 기본?
(네이버 '사람과 인생의 길' 님의 블로그에서 캡처한 사진입니다.)

'짝퉁 송혜교'로 불리며 화제가 됐었던 중국 배우 장우기와 송혜교를 비교해 놓은 사진입니다. 장우기는 주성치의 권유로 서울 청담동의 한 성형외과에서 송혜교와 비슷하게 성형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있는데요. 어떤가요, 비슷해 보이나요?

성형수술. 아마 솔직히 말한다면 하고 싶지 않은 사람 거의 없을 겁니다. 눈가에 생긴 주름도 없애고 싶고, 코도 살짝 높이고 싶고, 이왕이면 배와 팔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지방도 뽑아내면 더욱 좋겠죠. 누가 봐도 성형수술을 한 게 분명한데 주변 사람들의 쑥덕거림을 피해보고자 한사코 아니라고 부인하던 시대도 요즘은 지나간 듯 합니다. 여론에 민감한 연예인들도 쿨하게 밝히는 분위기니까요.
 
나이 서른을 맞아 주름제거에 급격한 관심을 쏟고 있던 차, 중문과를 나왔다는 이유 하나로 중국인 성형 취재를 하게 됐습니다. '중국인도 취재하고 내 얼굴의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도 찾아와야겠다' 생각하며 강남의 성형외과를 찾아갔는데...입구부터 중국인지 한국인지 헷갈립니다. 간판, 안내책자에 중국어가 써 있는 건 그렇다 칠 수 있는데 직원들이 중국어로 말을 하며 분주히 움직입니다.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도 '아, 저 사람은 중국인이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유창합니다. 살짝 물어봤더니, 역시 중국인이 맞습니다. 성형수술 하러 오는 중국인들을 돕는 상담원이라고 하는데 이런 중국인 상담원만 제가 간 병원에 열 명이라고 합니다. 수술한 환자를 옆에서 돌보는 중국인 간병인까지 포함하면 병원에서 일하는 중국인의 수는 수십여명이 됩니다.

도대체 중국인들이 얼마나 오길래 중국인 상담원이 열 명이나 필요할까? 보건복지부가 2009년부터 집계하고 있는 통계에 따르면 2010년에는 8만1천 여명의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다녀갔고, 2011년에는 30% 이상 늘어서 11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됩니다. 가장 많이 찾은 진료과목은 성형외과와 피부과, 다음이 내과와 건강검진센터 순인데요.  이 통계는 의료관광 사업을 등록한 병원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정확한 외국인 환자를 집계하기는 어려운게 현실입니다. 일단 집계된 외국인 환자들이 평균적으로 쓰고 가는 돈은 한 사람당 131만 원이라고 합니다. 성형수술을 하게 되면 그 금액은 더 뛰어오르는게 당연하겠죠?



제가 간 병원만 살펴보면 일년에 성형수술을 하기 위해 천여 명의 외국인이 찾아오는데, 그 중의 80%는 중국인이라고 합니다. 한 병원에서만 일년에 8백 명 넘는 중국인이 성형을 한다는 거죠. 일년이 365일이니까 매일 두 명 이상의 중국인이 수술을 한다는 건데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팸투어, 쉽게 바꾸면 사전답사여행 프로그램도 일년에 40여 차례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데 한 번 팸투어를 할 때마다 2백여 명이 성형외과를 답사한다고 하니 여기서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중국인들이 성형에 들이는 비용입니다. 중국인 상담원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눈과 코는 당연히 성형수술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눈, 코는 기본으로 삼은 뒤 추가로 안면 윤곽 성형, 목·이마·눈가 주름 제거로 대표되는 안티 에이징, 지방 흡입까지 하는 사람이 대다수라는 겁니다. 이렇게 전신을 수술하는데 드는 비용은 평균 2천만 원에서 4천만 원 정도. 제 차 값보다 훨씬 비쌉니다. 우리나라에 관광와서 명품관을 싹쓸이 하는 중국인의 큰 손이 성형외과 업계에서도 유감없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거죠.

중국인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려지면서 성형업계의 서비스 수준도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성형 수술을 하겠다고 전화로 예약만 하면, 공항에 마중 나가는 건 당연하고 수술에 대해 상담하고 실제로 수술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에 중국인 통역사가 동행합니다. 수술을 하는 기간 동안 호텔과 병원을 불편없이 오갈 수 있도록 리무진이 제공되고요, 심지어 호텔에 방이 없거나 수술 이후 필요한 조치를 충분히 받지 못할까봐 아예 호텔을 지어서 돌보는 곳도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수술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돕는 건 기본에 속합니다. 중국인들은 성형 회복이 덜 돼 몸이 조금 불편해도 쇼핑은 꼭 한다고 하는데, 이럴 때를 대비해 쇼핑을 돕는 도우미도 지원하고 귀국 비행기표 예약 등도 모두 책임지고 있습니다. 몸만 오면 된다며 웃는 상담원의 말이 실감나는 대목입니다.

이렇게만 보면 의료계에 부는 한류열풍은 대단해 보이기만 합니다. 아이돌 그룹이나 드라마에서 시작된 인기가 손기술 좋기로 유명한 우리 의료계에까지 넘어왔으니 국위도 선양하고 외화도 벌고 일석 이조죠. 하지만 의료 한류가 나아갈 길은 아직 멀고도 멀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일단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 미용에 관련된 병원만 이렇게 야단법썩이지 파리 날리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186곳 가운데 지난 1년 동안 외국인 환자가 단 한 명도 찾지 않은 곳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쏠려도 너무 쏠려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체계적인 지원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해외 환자 유치사업에 뛰어들긴 했지만 제각각 나홀로 정책을 펴는 탓에 병원 입장에서는 외국과 협상을 할 때 비자 문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어떤 곳에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 도움 받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병원들은 또 제한된 환자를 두고 아웅다웅하다보니 극심한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기도 하고요, 혼잡한 틈을 노려 비싼 수수료만 챙겨가는 브로커들도 등장했습니다. 이렇게 의료 한류의 어두운 면이 많이 드러나면서 복지부는 현재 의료법 개정을 통해 규제를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정부는 2018년까지 외국인 환자 3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놨습니다. 그리고, 그 계획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다양한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게 만드는 지에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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