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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예방, 농민 책임?…백신접종 좌초 위기

<8뉴스>

<앵커>

지난 겨울 겉잡을 수 없었던 구제역 때문에 올해부턴 소한테 백신을 놓고 있는데요, 이 백신을 수의사가 아닌 농민들이 직접 놓으라고 하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백신사업 자체가 흔들릴 지경입니다.

최호원 기자입니다.



<기자>

경남 밀양에서 한우 40여 마리를 키우는 이상진 씨.

이씨는 지난달 송아지 열 마리에게 구제역 백신을 직접 놓았습니다.

그런데 이 중 네 마리가 죽어 땅에 묻어야 했습니다.

[이상진/한우 농장주 : 시에도 전화를 했었고, 방역본부에도 전화를 했는데, 다 '주사 놓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자기 소관이 아니다'…]

인근의 또 다른 농가.

이곳도 수의사가 아닌 농장주가 직접 구제역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애로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권용택/한우 농장주 : 소를 잡아도 이렇게 틀고 하면 약이 손실이 날 수도 있고, 약이 모자라서 한 두 마리 빠질 수도 있고.]

접종과정에서 날뛰는 소에 농장주가 다치는 경우까지 나오면서 아예 접종을 포기하고 허위로 보고 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합니다.

[김태화/한우 농장주 : 너무 힘들다 보니깐 약을 갖다 버리기도 하고, 그랠서 형식상 주사를 놓았다는 식으로…]

현재 구제역 백신 접종을 하다 소가 죽는 경우, 정부의 보상은 없습니다.

그 때문에 수의사들도 접종을 꺼리고 있습니다.

[수의사 : 내가 (구제역 백신) 접종을 했는데 (가축이) 죽었단 말이죠. 상당히 입장이 난처할 수밖에 없어요.]

구제역 백신을 나눠주는 면사무소를 찾아가봤습니다.

냉장고에 가득 한 백신.

하지만 농민들에게 나눠줄 때 필요한 보관용 아이스팩은 구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곳곳에 구멍이 생기면서 구제역 백신 사업 자체가 실패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주이석/국립수의과학검역원 동물방역부장 : 아홉 농가가 잘 백신을 접종했다 하더라도 한 농가가 예방접종을 안함으로써 다른 농가에도 신속히 이렇게 퍼질 수가 있기 때문에….]

한번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회적 손실을 불러오는 구제역.

하지만 구제역을 예방하는 백신 접종의 책임은 농민들만 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이재영, 영상편집 : 이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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