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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버스 오지도 않는데…정류장에 모인 日 노인들, 알고 보니

일본 가짜 버스 정류장(사진=요미우리신문 홈페이지 캡처)
일본의 한 시골 마을에 있는 '가짜 버스 정류장'이 화제입니다. 

이 정류장에는 입간판과 의자가 설치돼 있지만 실제로 운행하는 버스는 한 대도 없는 '가짜'입니다. 

11일(현지시간)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1일 미에현 메이와 마을에는 이 가짜 버스 정류장이 세워졌습니다. 

입간판에 붙여진 시간표에는 버스 도착 시각 대신 '낮 12시엔 점심', '오후 15시엔 간식', '허리를 숙이고 천천히 움직이세요' 등 평범하지 않은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일본 가짜 버스 정류장에 설치된 시간표. (사진=요미우리신문 홈페이지 캡처)

도대체 누가 왜 이런 가짜 버스 정류장을 설치한 걸까. 

이 같은 정류장을 설치한 사람은 노인 간병 사업을 하는 나카무라 히데토(52)로, 거리로 나온 치매 환자들이 배회하다가 버스정류장을 찾는 사례에서 착안했습니다. 

일부 치매 환자들은 집에 머무르다가도 갑자기 '집에 돌아가야 한다'라고 느끼거나 '회사에 가야 한다'라고 생각해 무작정 버스를 찾아 정류장을 향하고, 가까운 정류장에서 아무 버스나 탑승해 실종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나카무라 씨는 "어떤 치매 환자가 '출근해야 하니 자전거를 빌려달라'며 우리 사무실에 대뜸 찾아온 적 있다"며 "이들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 정류장을 설치하게 됐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거리로 나와 배회하는 치매 노인은 본능적으로 가짜 정류장을 찾고 의자에 앉은 순간 집으로 갈 수 있다는 마음에 안심하게 되는데, 이후 노인을 발견한 주민이 가족이나 경찰에 알리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나카무라 씨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가짜) 정류장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노인이 보이면 먼저 말을 걸고 귀가를 도와 달라"라며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지만 치매 환자를 위한 '착한 거짓말'이 전국에 널리 퍼지길 바란다"라고 전했습니다. 

일본 '가짜 버스 정류장'을 방문한 치매 노인과 이야기 중인 나카무리씨. (사진=요미우리신문 홈페이지 캡처)

한편, 치매 환자를 위한 가짜 버스 정류장은 2008년 독일의 한 요양시설에서 처음 고안돼 세워졌습니다. 이후 영국 미국 등 세계 각국의 요양시설로까지 확산돼 관련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일본 메이와 마을에 세워진 가짜 정류장이 전국적으로도 화제가 되면서 나카무라 씨에게 조언을 구하는 간병 사업자들의 연락이 이어졌고, 후쿠오카현에서도 비슷한 정류장 설치가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10월 충주에서 '가짜 버스 정류장' 시범 사업을 처음 시행한 바 있습니다. 다른 정류장과 달리 IoT 기술을 접목해 환자의 불안감과 초조함이 얼마나 감소하는지 등 생체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환자의 심리 상태도 함께 분석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병원 내 조성한 '가짜 버스 정류장' 모습(왼쪽)과 표지판(오른쪽) (사진=디지털치료 컨소시엄 제공)

(사진=디지털치료 컨소시엄 제공, 요미우리신문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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