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의 시간이 흐르면서 이 후보자의 진면목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는데, 이종섭 후보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아합니다. 서울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서울에 관사 배정받고 딸 아파트 대금까지 대줘 가족이 아파트 3채를 소유하는 이른바 관사 테크 의혹이 터졌습니다. 이에 더해 정부 기관에서 매월 나랏돈 수백만 원씩 받고 국방 관련 공적 업무를 하며 동시에 대선 캠프에 가담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경제적 감각은 뛰어날 수 있겠지만 가치관은 올바르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장병들에게 정신세계와 가치관 정립하라고 훈계할 처지가 아닙니다. 임명돼도 장관의 영(令)이 설 리 만무합니다. 이종섭 후보가 국방장관의 조건을 갖췄는지 의문입니다.
월 3백 ADD 자문위원, 월 2백 KAIST 자문위원
먼저 ADD 자문위원입니다. 청문회 준비 TF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2월 21일부터 월 3백만 원 받고 근무했습니다. 1주일에 2번 정도 출근해 ADD의 각종 무기체계 연구개발에 자문하는 직위입니다. 국방 관련 공적 업무입니다. 이 후보는 작년 6월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지하는 '국민과 함께 하는 국방포럼'에 참여했는데 이후 대선 캠프 활동을 하면서도 자문위원직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지난 3월 17일, 그러니까 대선이 끝나고 국방장관 하마평이 나올 때에야 직을 포기했습니다.
청문회 준비 TF에 따르면 KAIST 글로벌공공조달연구센터 자문위원은 작년 8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5개월 동안 월 2백만 원을 받으며 직을 유지했습니다. 대선 캠프에서 뛰다가 정부출연기관에 들어가 국방 조달 관련 자문을 한 것입니다.
청문회 준비 TF는 어떤 유감 표명도 없이 "국방과학연구소와 KAIST 자문위원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어서 정치 중립의 의무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될 수 있겠지만 나랏돈 받으면서 국방 관련 업무를 하는 공적인 자리에 앉아 정치 활동한 것은 부적절한 처신입니다. ADD와 KAIST가 허술해 해당 직위에 정치중립의 의무를 부여하지 않았던 것이 답답할 뿐입니다.
대선 캠페인이 한창이던 지난 2월과 3월, 그리고 이달까지도 이종섭 후보는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 강사로 등록돼 있었습니다. 4차례 강의하고 강의료를 받았다고 청문회 준비 TF는 설명했습니다.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은 대통령직 인수위 안보분야의 핵심인 김태효 교수가 적극 관여하는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후보의 정신세계 · 가치관은 올바른가
그렇다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막판 공부라도 열심히 하는 뒷심을 보여주면 좋으련만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만나면 안 되는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만나고 다닌다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국회 국방위원장, 민주당 국방위 간사 등을 국회에 가서 회동했다는데, 수험생이 시험 출제위원들을 시험 출제장소에서 만난 꼴입니다. 국회의 한 보좌관은 "이런 국방장관 후보는 처음 봤다", "임명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안이한 모습"이라고 질타했습니다.
당선인의 충암고 1년 선배이자 대통령실 용산 이전의 실세인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이 뒤에서 군을 좌지우지하는 국방 상왕 친정 체제에 대한 우려가 많습니다. 전근대적인 국방 상왕 친정 체제를 막으려면 국방장관이 중심을 잘 잡아야 합니다. 이종섭 후보가 그리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