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창 씨에겐 학창 시절의 기억은 그리 유쾌하지 않습니다. 특히 장 선생님에 대해선 더 그랬습니다. 학교 규율을 어겼다는 이유로 체벌을 당한 기억만이 떠오를 뿐입니다. 얼굴이 일그러진 창씨는 장 선생님의 뒤를 바짝 쫒아갔습니다.
장 선생님 입장에선 마른 하늘에 날벼락. 옛 제자에게 폭행을 당하는 참담한 광경에 수많은 구경꾼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창 씨는 폭행 과정을 담은 영상을 중학교 동창들에게 돌렸습니다. 창 씨가 큰 일을 한 것처럼 뿌듯해하는 사이, 폭행 동영상은 인터넷으로 퍼져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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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씨가 실형을 선고받던 날, 중국 산둥성 르자오시 우롄현의 한 중학교에선 교사 한 명의 중징계가 확정됐습니다. 징계 대상자는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던 양 모씨. 양 교사는 지난 4월 29일 수업에 지각한 학생 2명을 반성하라는 의미로 복도로 내보냈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들이 이 기회를 틈타 몰래 운동장으로 빠져나가려다 붙들렸습니다. 화가 난 양 교사는 두 학생을 바닥에 꿇어 앉히고, 교과서로 내리치고, 발로 걷어차는 체벌을 가하며 10여분간 훈계했습니다. 양 교사의 체벌로 학생들의 얼굴과 목, 다리엔 빨간 멍이 들었습니다. 학부모의 신고를 받은 학교측은 즉각 진상 파악에 나섰고, 양 교사를 직무 정지시켰습니다. 또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사과하고, 치료비를 물어주도록 했습니다.
여기에 산둥성 당국은 양 교사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사실상 교사직 유지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양 선생님은 또 형사 처벌도 각오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학창 시절 체벌을 이유로 20년 만에 만난 선생님을 보복 폭행한 제자.. 학교생활 규율을 지키지 않는 학생들에게 체벌을 가했다가 교단에서 쫒겨나게 된 선생님. 공교롭게도 교육과 체벌이란 공통점이 있는 이 사건들이 동시에 알려지면서 중국 사회에선 또 다시 체벌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쓰촨성 다저우시 따주현의 한 초등학교 교장인 션 모씨는 교사의 체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션 씨의 학교는 계척(戒尺), 우리말로 '사랑의 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체벌 도구를 자체적으로 공식화한 학굡니다. 션 교장은 "아이들에게 설교만으론 아무런 교육 효과가 없다"고 단언합니다. 후베이대학교의 리 모 교수도 "교사의 체벌은 직업적인 권한"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체벌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체벌은 이유를 막론하고 교육 행위가 아니라는 겁니다. 체벌을 유일한 교육수단으로 내세우는 그 자체가 교육자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교육을 받는 대상인 학생들이 체벌에 동의하지 않는데, 교사가 체벌권을 주장하는 건 학생과 교사의 신뢰만 훼손시키는 일이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분명한 건 학교에서라도, 또 그것이 교육이란 이름으로 포장되더라도 학생에 대한 체벌은 사회 폭력일 뿐이라는 게 체벌 반대 논리의 핵심입니다.
이런 교육과 체벌에 관한 논란은 어느 사회에서건 해묵은 논쟁거리일 수 밖에 없지만, 중국 당국은 이제 방향을 잡아가려는 것 같습니다. 당국은 지난 8일 '의무교육 질적 향상에 관한 의견'을 통해 교사들의 체벌을 포함한 징계권을 명확히 규정하기로 하고, 관계 부처가 시행 세칙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시행 세칙을 들어 체벌권의 범위와 정도, 형식, 규범을 구체화하겠다는 얘깁니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쓴소리도 하며 적극적인 교육 활동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했던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필요성이 더 크게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겠습니다.
과도한 체벌에 대한 우려는 매뉴얼을 통해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 풀어가자는 방향입니다. 교사의 체벌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전체적인 방점은 인정하는 쪽에 찍힌 것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체벌이 과도한 폭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건데, 사실 이게 가장 풀기 어려운 난제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