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비핵화 협상이 실패한다면 그때 가서 우리(미국)는 분명히 경로를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경로 변경'은 미국이 지금까지의 협상을 접고 다시 강경 모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일 것이다.
이에 대해 최선희 제1부상은 "미국이 운운하는 이른바 경로변경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미국만의 특권이 아니며 마음만 먹으면 우리(북한)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맞받아쳤다. 북한은 그러면서 올해 말이라는 시한도 다시 제시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말한 것에 기반한 것이다.
최선희 제1부상은 "미국이 … 우리(북한)가 제시한 시한부 내에 자기 입장을 재정립해 가지고 나오지 않는 경우 미국은 참으로 원치 않는 결과를 보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북한)는 우리(북한)의 갈 길을 알고 있지만, 미국에 시한부를 정해준 만큼 선택을 망설이고 있을 뿐"이라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 북미, 서로 '다른 길 선택 가능성' 경고
북미 간의 대치는 아직은 말싸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국에서 폼페이오나 볼턴이 나서서 언론을 통해 미국의 입장을 밝히면, 북한에서는 최선희가 나서는 식이다. 북한이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면서 '조선중앙통신 기자 문답'과 같은 형식을 취한 것도 아직은 수위 조절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이 서로 '다른 길'을 택할 수 있음을 경쟁적으로 경고하고 있는 것은 다소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북미 간의 타협점이 뾰족하게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상대에 대한 불신만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간의 교착을 타개해보겠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공개 제안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북한은 2주가 넘도록 아무런 답을 주지 않고 있다.